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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5-20 조회3,4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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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예과 미국연수기

의예과 2  손종원



2014 초, 의예과 미국연수단에 지원한 계기에는 물론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소중한 겨울방학 때 굳이 편하고 입맛대로 골라갈 수 있는 자유여행을 선택하지 않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미국탐방 프로그램에 지원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는 미국 여러 대학의 캠퍼스를 탐방해보고, 현직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계신 동문선배님을 만나 뵙는 일, 또 공식적인 학회에 참석하는 일 등이 있었습니다. 예과 시절에 학회와 같은 실제 학문의 현장에 참석해 그곳의 분위기라도 조금 맛보고 오는 경험은 시간이 흘러서 굉장히 소중하게 남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같은 곳을 다녀왔다 해도 각자 모두 느낀 바가 다르지만 여기에선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 몇 개를 중심으로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1. Beckman Laser Institute (BLI) 탐방 - 2015년 2월 5일 오전-오후

학교에서 제공하는 첫 번째의 공식적인 프로그램은 UC Irvine내에 위치하는 BLI를 견학하고 그곳에서 부경대, UC Irvine, 그리고 우리 학교가 MOU를 체결하는 행사에 참석하는 일이었습니다. UC Irvine의 드넓은 캠퍼스를 매우 인상적으로 기억합니다. 캠퍼스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우리 학교이기에 솔직히 마음 한구석에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을 어떡할 순 없었습니다. 같이 간 동기끼리 다른 학교 캠퍼스 구경이라도 다니면서 대리만족이라도 느끼고 오자고 농담을 나눴었습니다. 또 국제교류, 국제협력 같이 말들은 많이 들어본 단어에 대한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은 없었는데, BLI에서 있었던 MOU 체결식은 실제로 이러한 단어들이 무엇을 지칭하는 것인지 어렴풋이나마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2. 손선주 선배님과의 만남 - 2015년 2월 5일 저녁

BLI에 다녀오고 USC를 견학한 다음 그날 저녁에 LA의 코리아타운에 위치한 음식점에서 미국에서 현직의사로 활동하고 계신 손선주 선배님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미국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었지만 슬슬 한 번쯤 한식이 먹고 싶은 때였는 데다가 손선주 선배님의 따뜻하고 유쾌하신 성품이 함께 해 즐거운 저녁 시간이었습니다. 선배님은 우리 동기들이 한 명 한 명씩 드린 질문을 모두 진지하게 또 정성을 다해 답해주셨는데 그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미국에 와서 제일 궁금했던 점인 가격에 왜 처음부터 TAX를 포함해 표시하지 않느냐는 다소 엉뚱한 질문에도 웃으시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미국에서 실제 의사로 활동하시는 선배님을 뵈니 나중에 미국에서 의사를 하는 일이 꼭 허황된 꿈만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Photinics West SPIE 학회 참석 - 2015년 2월 7~9일

학회참석은 시기적으로 탐방 프로그램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LA에서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San Francisco로 이동하였습니다. 숙소와 학회 장소가 San Francisco의 중심 시가지에 위치해 있어 풍경을 바라보며 평소 그려왔던 미국의 도시 모습과 비슷하다고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학회가 열리는 모스콘 센터에 들어가 신분증을 보여주고 학회 등록을 했습니다. 등록 업무를 맡고 계신 직원한테 학회 출입을 허가하는 목걸이로 된 신분증, 학회에서 진행되는 모든 발표를 정리해 놓은 책, 간식 교환권 등을 받고나니 정말로 내가 학회에 참석하고 있구나 하는 것이 실감나고 설렜습니다.



학회장에 들어선 후 동행하셨던 교수님이 들을만한 발표를 몇 개 추천해주시고 본격적인 학회 탐방이 시작되었습니다. 학회를 포함해 이번 미국 탐방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한다면 평소에 말로만 듣거나, 매체로만 접해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모르는 것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발표를 찾아 시간과 장소를 확인한 후 가서 앉아 발표를 듣습니다. 발표자는 준비해온 ppt와 대본을 바탕으로 발표합니다. 각 방에는 Chair라는 사람이 있어 그 방에서 일어나는 모든 발표를 순서대로 진행합니다. 이 Chair의 경우 보통 그 분야에 권위자라는 소개를 받았습니다. Chair는 발표가 끝난 후 질의응답시간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며 드물게는 이 질의응답시간에 발표자와 청자, Chair간의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학회 참석의 마지막 날 동기들과 함께 Chair에게 같이 사진 한 장을 찍어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이런 경우가 흔하다는 듯이 흔쾌히 허락해주는 모습이 멋있었습니다.  



발표 중간 중간의 쉬는 시간에는 coffee break라는 이름으로 모두 나와 밖에 마련된 공짜 커피를 마시기도 합니다. 이 때 학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잠깐 휴식을 취하거나, 동료들과 담소를 나눕니다. 학회가 열린 모스콘 센터 뒤에는 식당가와 잔디밭이 있어 점심시간이 되면 같은 모양의 목걸이를 한 사람들이 북적북적 대며 식사를 하고 커피나 차를 한 잔 들고 잔디밭을 산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학회의 저녁 시간에는 모스콘 센터의 가장 큰 홀에서 Focus presentation을 했습니다. 초청 연사들이 나와 각 분야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연구 내용이나 실험 결과들을 발표해주었습니다.

SPIE 학회는 광학 학회로 사실 의학 관련 학회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발표를 듣는 일에도 어느 정도 불편함이 있었던 점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경험들이 예과 시절 겨울방학 때 할 수 있던 가장 생산적인 활동이었다고 자부합니다. 같이 간 동기와 함께 coffee break 시간 때 커피를 마시면서 발표가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고 같이 투덜거렸던 기억에서부터 정말로 세계적인 수준의 학자의 발표를 직접 들었던 일까지 학회장에서 벌어졌던 모든 일들이 저에겐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가장 고무적으로 생각되는 부분은 빨리 나의 진짜 전공 학회에 참석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그때는 좀 더 알아들을 수 있고, 실제로 학업이나 연구생활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대감을 가지게 된 것 자체가 저에게 하나의 큰 수확이었습니다. 경험 자체가 소중한 경우가 있다면 바로 이런 경우가 해당되는 것일 겁니다.




4. UCSF 견학 및 김일진 교수님과의 만남 - 2015년 2월 9일

UCSF에서 가진 김일진 교수님과의 짧은 만남은 학회참석에 버금갈만한, 솔직히 말하면 조금 더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꿈꾸던 과학자의 모습이 눈앞에 그대로 있었으니까요. ‘자신이 정말 잘 아는 것이라면 남들에게도 쉽게 설명한다.’라는 많이는 들었지만 좀처럼 실제로 경험하기 힘든 문장을 이 날 경험했습니다. 그분에게 질문을 할 게 없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답답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진심으로부터 우러나왔었습니다. 다시 내게 질문할 기회가 온다면 그땐 질문할 수 있으면 좋겠으니까 말입니다.




5. 샌프란시스코 여행 - 2015년 2월 10일-12일

연수의 마지막 3일은 동기들과의 자유여행으로 마무리 됐습니다. 요세미티를 가기 위해 차로 이동했던 4시간은 사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때 걸리는 시간입니다. 새삼 미국이란 나라가 넓긴 넓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일정이 빡빡하다보니 요세미티를 더 둘러보지 못했던 게 아쉽습니다만 그래도 일단 맛은 봤으니까 어디 가서 미국의 국립공원은 이렇더라, 아는 체는 좀 할 수 있을 겁니다. 동기들과 밤에 이런저런 얘길 나누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만큼이나 누구와 가는지도 중요하니까요. 같이 간 동기들은 모두 배울 점이 있는 매력적인 사람들이었단 걸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번 미국 연수에서 얻어온 또 하나의 수확이라 생각합니다.
샌프란시스코를 자전거를 타고 이곳저곳 누비고 다닌 기억은 당시에는 너무나 힘들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역시 즐겁습니다. 역시 여행은 힘들었던 게 기억에 남는 것 같네요. 다만 예술의 거리라는 Sausalito를 충분히 즐기지 못했던 건 그 날의 아쉬움으로 남는데, 샌프란시스코를 한 번 더 갈 이유가 생겼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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